'첫사랑' 한마디로도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로맨스, 그것도 첫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자칫 신파나 억지스러운 내용으로 빠질 수 있어,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모험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하고,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 준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용주, 출연은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유연석 등이다.
배우 엄태웅과 한가인, 그리고 이제훈과 수지라는 엄청난 캐스팅 라인업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배경음악과 소품 및 의상 덕분에 더욱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라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중간중간 깨알같이 나오는 유머코드도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내 얘기 같았던 그 시절을 영화로 다시 만난다.
건축학개론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던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15년 후 우연히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흔한 신파극 같지만,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추억을 소환하는 느낌을 준다. 남중, 남고만 나왔을 거 같은 순수남 승민은 건축학과생으로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하게 된다. 하늘이 돕는 것처럼 건축학 과제를 같이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고 친해지게 된다. 서연의 생일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승민의 어깨에 기대 잠든 서연에게 살며시 입맞춤을 하게 되고, 승민의 감정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승민은 서연과의 작은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승민은 부유했던 방송부 선배 재욱(유연석)에게 부지불식간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고, 그러던 중, 서연에게 관심을 갖던 바람둥이 재욱은 서연과 술자리 후 배웅을 해준다는 이유로 서연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을 본 승민은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마음을 정리하게 되고, 순정남의 괴로움을 납득이(조정석)에게 토로하고 슬퍼하며, 젊은 날은 추억은 그렇게 서서히 잊어져 갔다. 시간이 흘러 15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승민(엄태웅)은 건축사가 되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 후 결혼도 앞두고 있던 승민에게 갑자기 성인이 된 서연(한가인)이 찾아온다. 이유는 제주도의 옛집을 다시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됐고, 승민은 제주의 집을 최선을 다해 짓도록 노력한다. 그러는 동안, 승민은 어렸던 과거의 자신의 행동과 오해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제주도 집 건축을 마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결말은 다소 진부하지만, 그것마저도 납득될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노래 한곡으로 더 깊은 여운을 남겼던 건축학개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주인공 승민이 서연에게 이어폰 한쪽을 건네주는 장면이다. 극 중 인물들은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데 여기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를 분위기에 빠져드는 것도 이 영화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살아가면서, 한 편의 영화나 한곡의 음악이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 사춘기를 외국팝송에 심취하여 살았던 추억은 나에게도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시절 듣던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은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힘든 나를 위로해 주는 안식처의 역할까지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를 느끼는 것은 각자 다르겠지만, 영화나 음악은 그 무엇보다 그러한 영향을 많이 주는 도구라고 생각된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불안한 미래에서 그래도 가족을 위해 본인을 위해 그리고 그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상처받은 영혼과 마음에 위로를 주는 방식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영화를 리뷰하면서, 어찌 보면 가장 큰 힐링을 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2022년 마지막날이다. 2023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더 의미 있는 시간과 삶이 되길 기원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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